서울의 봄에는 짧지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특전사령관을 보호다가 총격으로 사망하게 되는 오진호 소령입니다. 배우 정해인이 짧게 등장하며, 등장하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어쩌면 관객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기도 한 이 인물과 관련한 이야기에 대해 조금 더 해보려고 합니다.
문을 사이에 둔 짧은 대화.
사실 영화 서울의 봄은 실제 역사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해당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그리고 흐름들은 실제사건의 기록이나 흔적들을 그대로 이용하여 활용한 부분들이 상당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인상깊은 내용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특전사령부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특전사령관을 지키던 김오랑 소령에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매우 짧게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유는 아마도 12.12당시의 매우 짧은 시간에 집중하여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 안에 얽혀 있던 인간적인 관계에 대한 부분들을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에서는 오진호 소령이 특전사령관과 함께 반란군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문 뒤에 있던 반란군 중 한명이 '진호야, 형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오진호 소령이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이 짧게 등장하는데 이 이야기는 매우 사실적이며 동시에 실제를 반영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분위기이며 거의 유일하게 인간적인 감정의 동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 이 장면.
실제는 어떠했을까요?
실제 관사에서 친분을 다졌던 사이
실제로도 김오랑 소령과 박종규 중령은 관사에서 위아래층 살고 있던 매우 친분관계가 돈독했던 사이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 뿐 아니라 가족모두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12.12가 벌어지기 얼마전에도 두 가족들이 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었는데 이후 12.12가 터지면서 김오랑 소령은 육군참모총장의 비서관으로, 박종규 중령은 반란군의 한명이 되어 대치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 박종규 중령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김오랑 소령을 사살하게 되고, 김오랑 소령은 현장에서 사망하게 되며 이 이야기가 가지는 비극적 서사로 인해 김오랑 소령의 전사는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회자되며 김오랑 소령이 12.12의 역사적 비극성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이태신 장군이 집에 전화를 걸어 '오늘 밤에도 일이 있어 들어가기 힘들것 같다'며 아내에게 전화했던 일 또한 사실 김오랑 소령의 일화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박종규 중령은 명령에 따라 행한 일이었다고 일부 자기 합리화를 하는 반면 인간적으로는 큰 짐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사망하기 전 사죄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던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쿠테타란
영화를 보고 나면 사실 연령대에 따라 인상깊은 장면들은 모두 다르게 기억에 남습니다.
역사적인 사건을 대략 알고 있던 장년층에 속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사실 12.12자체는 신선한 소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바로 이 장면, 김오랑 소령과 박종규 중령의 이야기였는데 이 이야기 역시 저는 아니었지만 저의 부모님 세대만 해도 이미 잘 알고 있던 이야기였던것으로 보입니다. 김오랑 소령에 대한 기억들으 모두 가지고 계셨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지를 잘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이태신 장군의 전화장면이나, 김오랑 소령과 박중규 중령의 대치상황등은 너무 드라마틱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 드라마틱 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함께 조직을 이끌고 가던 동료 혹은 윗집 아랫집에서 친분을 쌓아가던 선후배가 서로 총구를 겨누었던 쿠테타.
그 쿠테타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어떤 비극을 만들었는지. 이 두 사람의 일화만을 보면 어쩌면 그 날 자체가 전쟁에 다름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023.11.26 - [분류 전체보기] - 서울의 봄 실존 인물 -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는 김오랑 소령
2023.11.25 - [분류 전체보기] - 서울의 봄 이태신 실존 인물 - 장태완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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