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현재는 천만을 향해 가고 있는 2023년 하반기 최고의 흥행작인 이 영화를 두 번째 보고 온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나지만, 초등학생인 나의 조카는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12세 관람가이지만 10살인 조카도 충분히 이해한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저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서울의 봄을 10살인 조카와 같이 보아도 될까? 영화는 12세 관람가이고, 10살인 조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에게 일단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조카님아! 이모 오늘 극장에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를 보러 갈 건데 너도 보러 갈래?"
"응!"
"애니메이션 아니고 역사관련한 영화인데?"
"그럼 안 갈래!"
조카입장에서 이 영화가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일.
여기까지 물어보고 난 다음, 그럼 혼자 보러 갈까? 싶었던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역사 관련인데 보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한번 더 물어봤습니다.
"이거 보러 가면 오늘 영어학원 못 가는데, 영어학원 빼먹고 보러 가도 안 갈래?"
"그럼 갈래!"
"아. 그래..."
조카님껜 영어학원을 빼먹는 것이 재미없는 영화 두 시간을 버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고 그 결과 저는 조카님을 모시고 영화 서울의 봄을 보러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2시간 내내 나에게 질문을 쏟아내다.
평일 오후, 학교가 끝난 시간에 맞춰 방문한 지방의 극장은 서울보단 상대적으로 훨씬 한가롭게 마련.
저의 예상대로 극장은 한산했고 아직 어린 조카를 위해 앞자리가 없는 뒤쪽의 단이 나누어진 좌석을 미리 예매한 후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시간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극장에서 본 거의 첫 실사영화,
그리고 역사 영화.
조카에게는 매우 새로운 장르의 영화인 이 작품이 상영되기 시작하자 조카는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네~ 이모 이거 진짜 있던 이야기야?"
"이모 저 사람은 실제 이름이 뭐야?"
"아~ 저 사람이 그 사람이야?"
"저거 진짜야?"
"에이! 저거 나빠!"
"저 사람은 또 누구야? 착한 편이야 나쁜 편이야?"
쉴 새 없이 종알대는 조카와 함께 앉아 평일 오후 타임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습니다.
'와, 내 조카, 역사에 관심 많았네..'
초등학생들과 볼만했을까?
앞서 언급했듯,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입니다.
때문에 초등학생들과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보호자 동반이 필수이고, 저는 초등학교 4학년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그럼 이 영화 초등학생과 볼만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별로 많지 않았던 초등학교 4학년인 여아인 제 조카는 영화 내내 몰입하여 영화를 보며 저와 같이 화내고 짜증 내며 영화를 보았고, 이것이 한국의 실제 역사라는 점에 매우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영화 자체는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선악의 구분이 꽤 명확하고, 감독님이 이것까지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착한 편이 우리 편, 잘생긴 사람이 우리 편이라고 설명하기 좋은 배역 덕분에 아이들도 내용을 이해하고 감정이입하기에 충분히 좋았습니다.
여기에 곁들여 영화가 끝난 다음, 이미 이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장년층에게는 한숨 섞인 안타까움과, 이 사건을 실제 경험하지 못했던 젊은 층이나 어린 층에게는 새삼스러운 분노를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덕분에 영화가 끝난 다음 이 영화를 바탕으로 당시의 분위기나 사실들을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이를 설명해 주며 돌아오는 훈훈한 장면 연출도 가능합니다.
저희 조카는 두 번 보았습니다.
그리고 난 후, 저희 조카는 대략 일주일 후 저와 함께 다시 한번 주말 동안 이 영화를 또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 나 서울의 봄 또 보고 싶어!
진정한 N차 관람객 등장.
영화적 재미 역시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음은 물론, 거의 현실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은 재현에 가까운 이야기 흐름을 가진 이 작품.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매체로서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낼 것임은 물론 오랜만에 부모세대와 아이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로도 충분할 듯합니다.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아이들과 함께.
한줄 리뷰
서울엔 봄이 안왔지만, 아이들과 부모님들께는 이야기 꽃이 만발한 찰나의 봄을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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