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개봉했던 모가디슈는 개봉 후 좋은 평가과 흥행으로 류승완 감독의 귀환을 알린 작품입니다. 저 역시 이 작품을 당시 극장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문득 영화와 실화는 얼마나 다를지 궁금해져 여러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1. 소말리아 내전
소말리아는 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역사를 가진 국가입니다. 그리고 이 혼란은 여전히 현재까지도 이어져 소말리아 하면 내전과 해적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할만큼이나 위험한 국가라는 이미지로도 이어져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소말리아 내전은 우리나라에게도 여러가지 이슈를 만들어준 사건으로 혼란한 소말리아의 현재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소말리아 내전의 주요 골자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소말리아와 소말릴랜드가 각각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독립해 합병하면서 하나의 국가가 되고, 이후 여러 정치적인 변화와 함께 국가적인 성장을 조금씩 이루어가기 시작하면서 주변 국인 에티오피아와 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경제적으로 국가 부도사태에 가가운 파탄과 일부 지도층의 관련 부족들만 권력을 독식하게 되면서 소말리아 내 반군세력이 발생, 반군 세력과 정부군의 내전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내전 과정에서 1991년 반군세력이 수도인 모가디슈를 장악하게 되는데 바로 이 시기가 영화 모가디슈의 배경시점입니다.
2. 소말리아 외교공관
대한민국은 1987년 9월 25일 최초로 소말리아와 수교하게 됩니다. 당시 소말리아의 대통령은 이전의 대통령인 셰르 마르케를 암살 후 쿠테타로 집권한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장군이었으며 그가 집권하고 있던 1987년 12월에 수도인 모가디슈에 최초의 소말리아 내 대한민국 대사관으르 개설하게 됩니다.
이 당시 소말리아 대사관의 초대 대사로 부임한 외교관이 모가디슈의 한신성 대사의 모델인 강신성 대사이며, 강신성 대사는 이 때 초대 소말리아 대사로 부임하여 1991년 철수시점까지 최초이자 최후의 소말리아로 근무했습니다. 소말리아 내전 당시 대사관 직원들이 철수한 이후 아직까지 소말리아에는 대한민국 대사관은 다시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3. 모가디슈 철수 작전 실화
그렇다면 실제 모가디슈에서의 외교관 철수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요?
사실 영화 모가디슈는 이전에 이미 이 이야기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인 강신성 대사가 사건의 배경과 전말을 <탈출>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내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자신이 경험했던 소말리아 탈출에 대한 과정과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증언이자 증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가 사건 직후 진행했던 여러 인터뷰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극중 인물들만 약간의 가명을 사용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그의 증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영화와 실제의 과정과 배경등은 비슷한 부분도 또 다른 부분도 존재합니다.
① 대한민국과 북한의 대사관은 사이가 좋지 않았을까?
이 시기 북한과 대한민국은 외교적으로 상당히 미묘한 관계였다고 합니다. 전후 복구 시기 소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북한은 대한민국보다 경제력도 국가 안정성도 매우 높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가 대한민국의 최대 위기 시점이라고 할만큼 위태로웠습니다. 다행히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우리 역시 서서히 안정화 되기 시작하였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 소말리아에 대사관을 세웠을 당시에는 이미 1988년 올림픽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되면서 북한과 우리나라의 위치가 급격하게 바뀌게 됩니다.
외교적으로도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가 북한을 앞지르기 시작함은 물론 국가경쟁력으로도 필연적으로 비교되며 북한과 우리나라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당시 북한은 우리나라와의 외교전에 굉장히 민감했던 시기였습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1990년에는 정상회담이 개최되는등 또 한번의 분위기 반전이 일어나던 시점이라 상당히 미묘한 분위기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② 철수작전 과정
영화 모가디슈에서는 북한에서 먼저 우리나라 대사관을 찾아온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구조기를 타지 못한 대한민국의 대사가 북한 대사관은 이후 어떻게 할것인지 물었더니 당시 상태로는 북한의 공관은 이미 무장강도들이 들이닥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민국 대사관이 북한 대사관 구성원들에게 대한민국 대사관 공관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던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 대사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비행기를 확보하고,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이동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군의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묘사된 것과 상당부분 일치합니다. 이후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서 신분 증명을 위해 태극기를 함께 흔들기도 했는데 이 부분 역시 약간의 디테일 차이는 있지만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는 실제와 허구, 그리고 각색을 적절하게 섞어 영화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꾸준히 실화 바탕의 영화로 언급되면서 모가디슈 철수 사건을 사람들에게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영화적 재미,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의미들을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잘 정리하고 이어붙여 만든 작품. 그래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결말과 의미까지 꽤 잘 구성된 영화로 저에게는 기억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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