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와구치시에서 발생한 17세 소년의 조부모 살해사건을 다룬 일본영화 마더만큼이나 일본, 혹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고레에다 시로카즈 감독의 실화 기반 영화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1. 영화 <아무도 모른다>
일본의 실화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실제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벌어진 친부모의 4남매 유기사건을 모티브로 감독이 15년의 오랜 기간 동안 구상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개봉한 것은 2004년이지만 감독은 사건이 벌어진 1988년부터 이 사건을 영화화할 계획을 가지고 오랜 시간 공을 들였으며 그 결과 2004년 <아무도 모른다>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한 후 관객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감독개인에게는 칸 영화제 노미네이트라는 성과를, 이 영화에 출연한 아키야 유야에게는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준 영화입니다. 영화는 개봉시점인 2004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아동을 유기하고 방치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며 매번 다시 관심을 받았으며 2017년에 재개봉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실제 발생한 사건이 주는 충격에 비해 영화자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온화한 시선들이 많이 담겨 매우 포근하고 따듯한 느낌으로 연출되었는데 실제 사건의 내용을 마주하고 난 후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 이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온화함이 오히려 슬픈 느낌을 배가시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2. 영화의 실제 사건, 스가노 아동 유기사건
실제 영화의 사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937년 장남 출생
- 1979년 아이들의 아버지가 가정을 떠나고 이후 첫째 아이의 취학통지서가 발급되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가 관공서를 방문, 자신과 아버지의 혼인신고 및 아이의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음을 최초인지합니다.
- 1981년 둘째 여아 출생
- 1984년 셋째 남아 출생 직후 사망
- 1985년 넷째 여아 출생
- 1986년 다섯째 여아 출생
- 1986년 어머니가 아이들을 첫째 장남에게 맡긴 상태로 연인과 동거를 위해 집에 돌아오지 않기 시작합니다. 이후 어머니는 생활비를 위해 아이들에게 가끔 돈을 송금하는 정도의 책임만을 이행하거나 가끔 방문합니다.
- 1988년 4월 당시 2세였던 다섯째 아이의 사망
사망원인은 장남과 그의 친구들이 아이가 우는 것을 이유로 아이위로 뛰어내리는 등의 폭행을 행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당시 장남은 친구들을 말렸지만 아이들의 장난이 멈추지 않았고, 아이가 결국 사망에 이르자 며칠 동안은 집안에 방치했다가 이후 부패로 인한 악취가 문제가 되자 공원에 유기합니다. - 1988년 7월 17일 해당 거주지의 집주인과, 주변 거주인들의 신고로 경찰이 집을 방문하면서 이 집에 부모가 없는 상태로 생활하고 있는 세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당시 집안에서 출생직후 사망한 셋째 아이의 백골이 함께 발견됩니다.
- 1988년 아이들의 어머니는 미성년자 방임 및 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3년 집행유예 4년의 판결을 받았으며 막내의 사망에 관련된 첫째의 경우 상해치사 및 사체유기되로 도교 가정법원에 송치되었다가 그간의 사정을 고려해 고아원으로 보내졌습니다.
사건 이후 남겨진 아이들 중 딸들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다가 현재 이름을 바꾸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첫째 아들은 학교생활을 이어가며 학생회장이 하는 등의 성실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까지 전해졌지만 이후 최근의 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3. 영화와 현실은 조금 다르다.
영화에서 그려진 바와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은 디테일이나 등장인물의 성격들이 다소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있습니다만 사실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사건의 디테일이 아닌 실제 이 사건이 일어난 사회적인 분위기와 부모의 책임방기라는 문제점입니다. 이 영화가 공개된 이후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아동유기사건들이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쯤 되면 아이들을 낳을 때 승인을 받고 낳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왔을 정도로 한때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부모의 아이에 대한 책임이 사회적인 문제로 공론화되기도 했던 영화.
영화가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또 우리가 절대 외면해서는 안되는 실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다른 영화들, 예를 들면 일본 영화 <마더>나, 넷플릭스 <케빈에 대하여>보다는 조금 더 순화된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합니다.
2023.06.03 - [분류 전체보기] - 일본영화 마더(2020) 실제 사건 - 가와구치시 조부모 살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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